2016 <봄 국제 실험 영화 및 영상전>
CICA Museum
단체전
싱글채널비디오 Single-Channel video
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선 괴물이 왕이다. 왕 토끼의 뱃속을 힘차게 역류해 입으로부터 태어난 괴물 토끼는 바른 길, ‘정류’를 찾아 내장 속을 쫓기듯 헤매지만 그는 영원토록 땅 아래를 역류하기만 한다. 얇고 희미한 탯줄이 마침내 끊어지는 순간, 괴물 토끼는 왕 토끼의 발 아래, 내장 속에서 그대로 유산된다.
내장 속에서 벌어지는 괴물 토끼의 역류, 땅 위로 쏟아지는 왕 토끼의 구토는 그저 한시적인 급체의 결과물인 것처럼 보인다. 그러나 나는 생각보다 자주 체하고 그때마다 뱃속의 구토가 땅 위로 태어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억누른다. 사실 구토는 죄가 없다. 나는 오늘도 구토를 참기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. 구토는 결백하지만,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선 괴물이 왕이다.